잠 못 드는 밤의 연서
지난 2019년 6월에 경기도 한 도의원이 성평등조례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내용인즉,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공공기관 및 사용자, 즉 민간단체까지 설치를 하도록 개정을 한 것입니다. 여기서 성평등위원회는 양성평등이 아니라 젠더로서의 사회적 성평등을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할 시에는 운영비 전액과 사업비 일부를 도비로 지원하도록 개정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총(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은 성평등이라는 용어에 동성애 및 제3의 성이 포함되었다는 지적을 하면서 여기에 대한 문제점을 강력하게 반대를 하였습니다. 수차례 그 법을 발의한 도의원을 설득하고 문제되는 조항을 삭제, 수정하도록 요청을 하였지만 결국 개정 원안대로 통과 시켜 버렸습니다. 그래서 경기총은 31개 시군연합회와 긴급 모임을 갖고 7월 29일 출범식과 함께 1차 도민규탄대회를 도청 앞에서 실시하였습니다. 또 8월 25일에 2차 도민규탄대회를 하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 규탄대회와 1인 시위, SNS, 영상 홍보 등을 통하여 성평등 조례의 문제점을 알렸습니다.
그러면서도 경기도 대책단과 7차에 걸쳐 재개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성평등 조례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매파와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은 선에서 합리적으로 개정을 하자는 비둘기파의 견해죠. 그러나 매파의 견해가 더 강하여 7차 간담회가 결렬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자 제가 경기총 증경회장 몇 분을 모시고 현실적인 협상에 들어간 것입니다. 완전 폐지는 못하더라도, 사용자에 종교단체는 제외하고 강제조항으로 보이는 “하여야 한다”를 “할 수 있다”로 고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이 어느 일간지에 보도되니까 아주 극단적인 매파들이 강력한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내부에서만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동원해서까지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도의원들이 기사 내용을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합의한 것을 부결을 시켜 버린 것입니다. 물론 강성인 분들의 주장대로 총선을 앞에 두고 최대한 압박을 해서 우리의 의견을 100% 수용하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는 피해를 최소한 시키는 선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리와 철학은 같지만 방법은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럴 때는 서로의 진정성을 이해해주고 함께 박수치고 지지를 해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내부에서 공격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번에 경기도 성평등 조례를 어느 선에서라도 개정을 했으면 다른 17개 광역시도가 경기도를 따라갔을 텐데 말입니다. 어느 선까지 조정하고 그 다음에 또 한 단계 나가서 더 완벽하게 개정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무조건 관념적으로만 반대하고 원칙론을 고수할 수 있지요. 혹자는 순교를 각오하고 반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가치는 훌륭하지만 우리끼리 순교한다고 떠들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일이 조금이라도 되게 해야지요. 현장의 사역은 관념적인 생각과 구호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과격하게만 가면 될 일도 그르치고 오히려 피해를 더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완전한 폐지를 할 수만 있으면 춤을 추며 기뻐하겠습니다. 종교인 과세 대처 때도 우리끼리 관념적이고 원론적 구호만 외치고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우리가 일단 둑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둑이 무너지면 배를 건조해서 그 안에서 순교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되겠지요. 그러나 둑은 지킬 수 있을 때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과거에는 교회 생태계를 지키는데 외부의 세력을 차단하고 막는데 급급했다면 지금은 우군끼리의 조율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더 우선순위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말 밤은 깊고 갈 길은 먼데, 목회하랴, 교계 안에서는 우군끼리 소통하고 설득을 하랴, 밖으로는 교회 생태계 지키랴, 잠 못 이루는 나날이 연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은혜 주시면 길이 보이고 깊은 밤이 지나 아침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 아침을 기다리며 잠 못 드는 이 밤도 아픈 기도와 연서를 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