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들고 주님 앞에 나가 십자가를 붙듭니다. ”
저는 요즘 사람을 만나고 여러 회의를 주관하거나 참석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특별히 9월에 있을 교단 총회를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지난 목요일 오전에는 총회준비위원회 모임을 주관했습니다. 이번에 총회 슬로건(표어)은 “세움”(planting)으로 삼았습니다. 반달리즘 현상으로 셧 다운된 교회의 예배를 세우고 신앙의 본질을 세우며 동시에 총회를 세우자는 것이지요. 요즘 제 머릿속에는 언제나 신앙을 세우고 총회와 한국교회를 세우는 “세움”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 오후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몇몇 상임위원을 만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표명하였습니다.
저는 요즘 자타가 공인하는 총회와 교계의 정무적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정무적인 사람보다는 목양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과거에는 오로지 성경을 연구하고 기도하고 목양하며 영혼을 케어하고 보듬는 즐거움 밖에 몰랐습니다. 그러나 요즘 제가 정무적 활동을 하면서 고 김종필 총리가 말씀하신,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는 평생을 정치현장에 자신의 인생을 쏟으며 한 시대의 역사를 장식하신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말년에 돌이켜보니까 정치는 허무하더라는 것입니다. 왜 허무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정치의 목적이 권력 지향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정말로 나라를 섬기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정치를 했다면 그런 말씀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 김영삼 대통령께서도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정치를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니 그는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많은 권모술수를 부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그 많은 공격과 비난으로 인하여 많은 회의와 허무감을 느끼다보니 그런 말씀을 하신 듯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정무적 활동을 하면서 “나도 허업을 하고 있지 않나” 순간순간 돌아봅니다.
물로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권모술수를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저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서 단 한 번도 정무적 활동을 하지도 않았고 권력 지향을 위해서 정무활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제 머릿속에는 한국교회 세움이라는 단어만 가득 차 있습니다. 잠꼬대를 할 때도 한국교회 세움을 외칠 정도니까요. 그러나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많다보니 제 몸과 마음이 때가 묻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하여 산행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주님 앞에 빈 손 들고 홀로 나아가 십자가를 붙드는 시간을 갖습니다.
얼마 전 정권사님이 지쳐 있는 저의 얼굴을 보며 이런 찬송이 나오신다는 것입니다. “빈손 들고 앞에가 십자가를 붙드네...” 저는 그런 정권사님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 저 분은 80이 넘으셨어도 영감이 살아 있는 분이구나.” 장담컨대, 저는 앞으로도 자기 권력욕에 빠진 정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로지 교회 세움을 위한 정무적 활동만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매순간순간마다 빈손 들고 주님 앞에 나가 십자가를 붙드는 삶을 살 것입니다. 그리고 훗날 저는 이렇게 고백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를 지키려고 했던 나의 정무적 활동은 결코 허업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활동은 한국교회 세움과 등불이 되는 카타콤의 푸른 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