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니어도 가야할 길이 있지 않는가요”
주님, 코로나의 폭풍에 부러진 갈대들이 보이
시나요. 꺼져가는 등불 아래서 흐느껴 우는 남루
한 영혼들의 울음소리도 들리신가요. 차가운 달
빛에 길 잃고 쓰러진 겨울의 들판, 갈대들의 신
음소리가 아우성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의 밤은 절망과 우울, 분노와 회의의 검은 사신
들을 보내어 도시의 성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아
니, 영혼의 화원들을 짓이기며 찔레와 엉겅퀴로
가득한 폐허의 도성으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주여, 언제까지 입니까? 어느 때에야 햇살 눈부
신 아침이 오는 것입니까? 아직도 닭 우는 소리
가 들리지 않는 정적의 밤, 여전히 코로나의 어둠
은 자욱하고 한국교회는 찢기고 상하여 쓰러져
가고 있습니다. 끝없이 밀려오는 반기독교적 악
법을 막아내기에도 점점 힘겹습니다.
그러나 저
희는 아직도 하나 되지 못한 채 분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희는 언제까지 연합하지 못하고 기
존의 성만 수성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길이 없다
고 말하면서 성 밖을 나서지 않는 것일까요. 아
니, 그 길을 가면 가시에 찔리고 엉겅퀴에 상하고
목마름에 쓰러질 것이라고 말하며 아예 길을 나
서려고도 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러나 길이 아니
어도 가야 할 길이 있고 길이어도 가지 않아야 할
길이 있습니다. 연합의 길은 아무리 멀고 험해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고 분열의 길은 아무리 편하
고 좋아보여도 가지 말아야 할 길입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너무나 오랫동안 분열의 길을 선택했
고 성을 쌓은 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나 주님,
이제는 그 성문을 열고 나와 비록 길이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연합의 길을 걷게
하여 주옵소서. 저는 이 길을 열기 위하여 지금까
지 온 몸으로 부닥치며 걸어왔습니다. 분열하기
는 너무나 쉬웠지만 하나로 만드는 것이 이토록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그래서 저도
포기하고 싶고 의문과 회의에 빠질 때가 있습니
다. 과연 이 길이 맞는 것인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지쳐 쓰려지고 잠 못 드는 불면의 밤
을 지새울 때도 많았습니다. 만약에 저 개인적인
업적이나 공적에 대한 사욕 때문에 여는 길이라
면 당장에 멈추게 해 달라고 눈물의 기도를 얼마
나 많이 드렸습니까? 그때마다 주님은 단 한 번
도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드온처럼 다시 한 번 감히 여쭙습니다.
이것마저도 주님이 원하시는 길이 아니라
면 포기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 가야 할
길이라고 명령하시면 길이 없어도 그 길을 가겠
습니다. 그 외롭고 고독한 황야에서 차가운 이슬
에 젖고, 별빛에 기대어 잠드는 밤을 보낼지라도,
저는 한국교회 연합의 새 길을 열기 위하여 기꺼
이 그 길을 가겠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주님이
인도하셨고, 성령님의 부축 없이는 단 한 발자국
도 걸어올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따라 제가
더 지쳐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때로는 심
장이 조이고 숨 쉬기도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그
렇지만 마침내, 첫 걸음을 내딛는 준비를 시작하
였습니다. 이제 막, 한국교회 연합이라는 호가 출
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그 어떠한 풍랑과
파도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주옵소서. 그
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역사의 새 길을
열어가게 하옵소서. 다른 생각과 다른 주장들도
마침내 어둔 밤을 비추는 별빛이 되게 하시고 흐
린 별이라 하더라도 아침의 태양으로 떠오르게
하소서. 한국교회가 하나 되면 코로나의 잔인한
겨울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코로나를 아웃시키
고 풀잎이 돋아나는 봄의 들녘에서 흩어진 갈대
들이 붉은 심장의 꽃으로 다시 만나는 환희의 계
절이 다가오게 할 수 있습니다. 주님, 다시 한 번
간구합니다. 저희 스스로 차갑게 손 놓아 버린 분
열의 밤을 쫓아내버리고 다시 하나 되는 눈부신
아침이 오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