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저녁에 내린 비는 비가
아니라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물폭탄이
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이런 물폭탄
을 처음 봤습니다. 다음날 수련회가 있
어서 일찌감치 자려고 수면제를 복용했
습니다. 그런데 잠이 안 와 이상하다 싶
어서 시설관리팀장인 김요한 안수집사
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보았습니
다. 그랬더니 도로에서 흘러내린 물이
교회 주차장에 흘러들어 와서 한강을 이
루고 있고 엘리베이터 안까지 흐르고 있
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제가 다른 직원
들까지 전화해서 빨리 물을 퍼내라고 지
시만 할 수도 있지만, 곧바로 내려갔습
니다. 그랬더니 진짜 지하실이 한강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까
우리 교회는 고지대에 위치하였음에도
죽전천이 넘쳐 하수구의 물이 내려가지
않으니까 길에 쏟아진 폭우가 우리 교
회 지하주차장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것
입니다. 그래서 저도 직원들과 함께 열
심히 물을 퍼냈습니다. 워낙 주차장이
넓어서 각자 맡은 구역의 물을 한쪽으
로 밀어내서 양수기로 퍼내야 하는데 정
말 역부족이었습니다. 저는 몇십 분 만
에 온몸이 땀으로 완전히 젖어 버렸습니
다. 조금 전에 출장 드라이를 했는데 워
낙 땀을 많이 흘려서 머리도 다 흐트러
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수면제 기운도
온데간데 없어져 버렸고요. 그런데 저
보다도 우리 교회 통제실 직원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남수현 장로님
도 주무시다 보고를 받고 금방 달려오셨
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우당탕탕 하고
뛰어 들어오는 애들이 있었습니다. 세
상에 김요한 안수집사의 가족들인, 윤
정순 집사님과 요셉이, 영생이, 영원이
가 한꺼번에 오는 것입니다. 그 녀석들
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진짜 물이 금
방금방 줄어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나
중에는 최성주 집사 아들 주영이까지 왔
습니다.
저는 부목사들에게 전화를 해
서 나오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다음날
부터 수련회를 하기 때문에 지장을 받
을까 싶어서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어 땅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반바지로 갈아입고 와서 또다시 물
퍼내는 일에 가담을 하였습니다. 그런
데 갈등이 생겼습니다. 김요한 팀장의
말을 들으면 새벽기도회에 오는 분들을
위해 꼬박 밤을 새워야 한다는 것입니
다. 제가 밤을 새워버리면 다음 날부터
있을 수련회 집회를 망쳐 버리지 않겠습
니까? 그래서 직원들에게 특별한 격려
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새벽 3시가 다
되어 제 방에 올라왔습니다. 그러고 나
니까 수도권의 몇몇 대형교회가 생각이
났습니다. 혹시 다른 교회들은 이런 일
은 없는지 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안 되
는 걸 봐서 아무 일도 없다고 생각을 했
습니다. 짧은 막잠을 자고 시간에 맞춰
오크밸리로 갔습니다. 개회예배 때부터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쏟아졌는지 모
릅니다. 저는 수련회를 준비하면서 원
고를 얼마나 많이 고치고 보완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준비된 원고보다도
훨씬 더 은혜로운 말씀을 순간순간에 터
지게 해 주셨습니다. 어떤 손님이 와도
만나지 않고 대부분 집회가 끝나고 잠깐
인사만 나누었습니다. 왜냐하면 집중력
이 흩어질까 싶어서입니다. 저는 낮에
도 바깥에 나가서 밥 먹지 않고 그냥 옆
방에서 해주는 밥을 간단히 먹고 계속
묵상하고 기도했습니다. 아직까지도 교
회를 자기 몸처럼 사랑했던 직원들이 그
렇게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수련회 집
회는 마지막 날 폐회예배에 이르기까지
들불처럼 산불처럼 타오르고 타올랐습
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진짜 저는 한
여름에 매미 같은 목사였습니다. 불과
2, 3주를 노래하기 위하여 7, 8년 동안
땅속에 애벌레로 있었던 매미처럼, 또
한순간의 최절정의 아름다운 노래를 위
하여 자신의 가슴에 가시를 찔러대던 가
시나무 새처럼 저는 후회 없이 말씀을
전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개회예배와
폐회예배가 가장 뜨거웠다고 할 수 있
습니다. 우리 하나님도 알파와 오메가
의 하나님이시지 않습니까? 저는 3박 4
일 동안 매미 목사였고 가시나무새 목
사였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가시나무새
처럼 죽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저의 사
명이 아직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일 테
죠. 그래서 저는 다가올 신년축복성회
에 때도, 또 내년에 장년여름수련회에
서도 언제나 가시나무새 목사가 될 것
입니다. 교회에 어떤 일이 생겨도 지시
만 하지 않고 솔선수범하여 앞장서겠으
며 말씀을 전할 때는 마지막 우는 매미
처럼,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가시
나무새처럼 그렇게 말씀을 전하고 사자
후를 토해 내겠습니다. 강단에서 그렇
게 사자후를 토해내다가 가시나무새처
럼 쓰러지면 더없는 영광일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