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엔 섧디섧게 울었습니다 / 참으로 억울하고 원통해서 / 엉엉 울어 댔습니다 / 타 문화권에서 / 선교활동을 하다가 / 수류탄 파편에 맞아 죽어 돌아 온 / 한 선교사의 시신을 보고서 말입니 다 / 어느 외딴 섬에서 / 당신의 품안에 그분을 안겨 드리며 / 온몸이 부서진 시 신을 보고 / 저는 목을 놓아 울었습니다 / 내가 저렇게 죽어야 했는데 / 내가 먼 저 순교하여 / 하늘나라의 영광을 차지 해야 하는데 / 내가 저렇게 조각난 주검 이 되어 / 하나님의 칭찬을 받아야 하는 데 / 왜 나는 저 기회를 빼앗겼을까 / 나 는 무엇을 하다 / 저 영광을 놓치고 말 았을까 / 내가 그여야 하는 걸 / 하늘 영 광은 주검을 덮습니다 / 그의 주검은 / 육신 온전한 내 몸뚱이보다 아름다웠습 니다 / 그래서 저는 / 섧디섧게 울었습 니다 / 일찍이 저에게 / 홀로서기를 연 단시켜서 / 험한 세상 잘 이기며 / 사명 잘 감당하는 / 고고한 한 그루의 소나무 로 남아 있게 하신 / 당신 뜻이 고마운 줄 알면서도 / 어젯밤 꿈에는 왠지 섧기 만 했습니다 / 당신 만날 새벽에 / 꿈에 서 깨었을 땐 / 그 짜디짠 눈물이 / 귓속 까지 고여 있었습니다 / 어느덧 익어 가는 세월 속에서 / 이제 저도 조금씩 당 신을 닮아가고 / 한 걸음 한 걸음 / 당신 계신 / 영원한 본향에 이를 때가 / 가까움을 느낍니다...(하략)”
위의 시는 저의 첫 시집 ‘어젯밤 꿈을 꾸었습니다’에 나 오는 표제시입니다. 지금 보면, 시인으 로서의 예술적 심상 보다는 활활 타오 르는 소명감으로 가득 찬 목회자의 이 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시입니다. 특별히 이 시는 프라미스 콤플렉스 건 축을 앞두고 설계를 하던 때에 지은 시 입니다. 시가 평범한 것 같지만 시적 화 자는 이슬람권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수류탄 파편에 맞아 죽은 선교사의 시 신을 보고 원통하고 억울해서 엉엉 울 었다는 고백을 합니다. 그런데 선교사 의 죽음이 원통하고 억울하다고만 하면 산문이지요. 참으로 원통하고 억울한 사연이 선교사의 죽음이 아니라 시적 화자의 순교였습니다. 그의 순교가 슬 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너무나 부러워서 엉엉 울어댄 것이죠. 시적 화 자의 소원은 “내가 저렇게 죽어야 하는 데 / 내가 먼저 순교하여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차지해야 하는데...”에서 보듯이 순교였습니다.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적 화자의 소원이었 던 것이죠. 시적 화자는 목양을 하며 큰 교회당 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목회자 였기에 현실적으로 이슬람권의 선교사 로 가서 죽을 수는 없지요. 그런데도 시 적 화자는 섧디 서러운 눈물을 터트리 며 순교를 갈망하는 속마음을 ‘꿈’이라 는 도구를 통해 고백하고 있습니다.
저는 목사이자 시인이었기 때문에 꿈속에 서 하나님과의 만남을 시로서 형상화한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 이번 주간은 올 해 가장 힘든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새학기 새출발을 위한 헤 리티지 특별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월 요일에는 부산 지역 지도자 신년 만찬 회에 참석하여 설교를 하고 왔습니다. 수요일 오전, 저녁 설교, 또 철야기도 회 설교와 각종 모임까지 너무나 힘든 일정이었습니다. 그때 저의 뇌리에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때 의 초심을 생각하며 힘을 내었습니다. 온 몸이 찢겨 순교한 이슬람권 선교사 의 순교를 바라보며 “내가 왜 그 기회를 빼앗겼을까, 그 영광을 놓치고 말았을 까...” 울부짖으며 순교를 갈망하던 목 회자의 불타는 소명감을 다시 한번 새 롭게 떠올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살아있는 순교의 길을 가고 있습 니다. 제 한 몸, 시간과 체력 모든 것 을 다 던져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살아 있는 순교의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몸은 천근만근이고 마음은 지쳤 지만, ‘어젯밤 꿈을 꾸었습니다’라는 시 를 읽으면서 다시 가슴 깊은 곳으로부 터 새로운 힘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이 시를 노 래하며 행복하게 사명자의 길을 달려갈 것입니다. 아니, 살아있는 순교자의 길 을 걸어갈 것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주님이 계신 영원한 본향에 이를 때가 행복한 미소 지으며 달려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