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 처음으로 휴식 기간을 가져보려 했습니다. 물론 사역적으로야 해외를 많이 왔다갔다 했고, 부모님을 전도하기 위해 고향을 왔다갔다 한 적은 있지만 진정한 휴식과 쉼을 위해 휴가를 가져본 적은, 성지순례를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부교역자들이 다 휴가를 갔을 때도 저 혼자 남아서 교회를 지켰고 모든 사역을 다 감당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수련회 이후 지친 몸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체력이 번아웃되니 마음도 지치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디론가 멀리 떠나 한 주간을 쉬어보려고 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알고 집사람이 강원도의 한 호텔을 예약해 줬습니다. 그곳은 깊은 산속에 계곡을 끼고 있는 호텔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된 쉼과 안식은 주님이 허락해야 되고 주님의 품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가는 도중에도 유튜브로 교역자수련회를 다 지켜봐야 했거든요. 게다가 도착을 했는데 세상에 설악산 그 깊은 계곡에도 무슨 찜통더위가 머물러 있는지, 바람 한 줄기도 없는 무더위가 앉아만 있어도 땀을 흘리게 하였습니다. 후레시를 켜고 계곡길을 걸었는데 땀이 온몸을 적실 뿐만 아니라 땀이 눈에 들어가서 도저히 끝까지 가지를 못했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시원해지겠거니, 에어컨 바람에 마음을 달래며 우선해야 할 철야기도 설교 원고 기초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늦게까지 늦잠을 자겠거니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려고 창문을 열어놓고 잤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이른 아침부터 요란한 경고신호 소리와 드르렁 드르렁 하는 소리가 막 들려오는 것입니다. “삐삐삐삐~ 드르르르 드르르르~” 잠시 그러고 말겠지 했는데 계속 소리가 났습니다. 창문 밖으로 보니까 마침 호텔이 비수기라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이삿짐센터 같은 차가 와서 막 드르렁거리며 긴 사다리를 놓고 침대를 바꾸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이 요란한 소리가 저의 심경을 거슬렸습니다. 그렇다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길을 걸을 수도 없고요. 그래서 다음 날은 일찌감치 약을 먹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은 더 이른 아침부터 삑삑 소리가 나고 드르렁 드르렁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호텔 측에 항의할 수도 없고, 게다가 띵동 소리가 나서 가보니까 호텔 청소하는 분이 수건을 가지고 오신 것입니다. 그래서 밥을 먹고 우산을 들고 계곡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계곡길이 대부분 흙길이었고 자연 길이었는데, 얼마나 폭우가 쏟아졌는지 길이 다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국립공원에서 길을 새로 만들어줬는데 대부분이 돌길이었습니다.
물론 그날은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목표 지점까지 다녀왔습니다. 이게 건강에 보탬이 되었는지 해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강원도까지 간 게 너무 아까워서 깡을 발휘하며 다녀온 것입니다. 제 생애 처음으로 휴식과 안식의 낭만을 가지려고 했는데 그 낭만이 깨져버린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계곡길을 완주한 것은 보람스러웠긴 했습니다만. 그날 저녁부터 강원도에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짐을 싸들고 교회로 왔습니다. 돌아오면서 어거스틴의 말이 생각 났습니다. “하나님, 당신께서는 우리를 당신을 위한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마음은 주님 안에서 쉬기 전까지는 결코 쉼을 누릴 수 없습니다.”그렇습니다. 쉼도 하나님이 허락하셔야만 하는 것입니다. 아니 참된 쉼은 하나님 안에서만 있는 것입니다. 물론 환경도 중요하고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나와의 대상관계가 잘 돼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