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그 사람, 그 세상
지난 목요일 저녁 KBS에서 제작한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영화 시사회를 보기 위해서 여의도 CGV를 갔다. 영화는 손양원 목사의 두 아들 동인이와 동신이를 죽인 안재선 아들의 정체성 혼란으로 시작된다. 안경선,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에야 자기 아버지 안재선이 손양원의 두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삶을 뒤흔드는 충격이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손양원 목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해 줄 뿐만 아니라 그를 빼내어 양자로 삼은 사건으로 인해 가슴에 더 큰 파문이 일었다. "도대체 손양원은 왜 자기 아버지를 용서하였는가."
또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손양원의 딸 손동희의 일기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정말 하나님이 계신다면 우리 가정에 왜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또 두 오빠를 죽인 철천지원수를 어떻게 오빠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바로 이 영화는 종교를 넘어서 진정한 인간애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려내었다.
손양원은 외로운 한센인의 벗이었다. 당시 문둥이라 불렸던 한센인은 가족들까지도 가까이 가기를 꺼릴 정도로 얼굴이 문드러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병이었다. 그런데 그는 여수 애양원에서 1200명이 넘는 한센인의 아버지가 되었다. 온 방안이 살 썩는 냄새로 가득해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였지만 그는 서슴없이 들어가서 썩어가는 상처를 입으로 빨아주며 피고름을 뱉어 주었다. 그렇게 하면 한센병이 빨리 낫게 된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그는 한센인의 멍든 가슴을 그런 처절한 사랑으로 보듬고 어루만져 준 것이다.
그렇게 한센인을 섬기고 있던 때에 여순반란 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두 아들을 죽인 안재선을 아들로 삼은 것이다. 그는 이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삶으로 실천했고 그 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고 치유했다. 영화는 갈등하던 안경선이 목사가 되어 죽은 동인이와 동신이를 대신해서 살기로 결단을 하고, 그런 그를 손동희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포옹하는 모습으로 끝난다.
감독 권혁만 PD는 묻고 답한다. "도대체 분노와 증오, 다툼이 가득한 이 시대 속에서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어디 가서 치유받을 수 있겠는가? 바로 그 해답을 손양원이 가르쳐준다고…." 에덴의 동쪽 같은 오늘도 우리 모두 함께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을 다시 꿈꾸어볼 수는 없을까. 아니, 사랑으로 꿈꾸던 손양원의 천국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질 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