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주에 광주복음화대성회 주강사로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광주는 저에게 있어 제2의 고향이요, 영혼의 벧엘과 같은 곳입니다. 광주만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젖는 듯 합니다. 통합측 목사님이 광주시교단협의회 회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합동측인 저를 최연소 주강사로 초청하여 주셨습니다. 제2의 고향인 광주에서 인정을 받아 얼마나 기쁜지 제 마음은 한껏 고무 되었습니다. 또한 준비하는 쪽에서 이번처럼 홍보가 잘 된 적이 없다고 하면서 많이 모일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서광수 장로님도 상황을 살펴볼 때 이번 집회가 제일 많이 모이고 성황을 이룰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첫날부터 흥분된 마음으로 광주에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첫날 집회장에 가 보니 집회 장소는 공동묘지처럼 분위기가 싸늘하고, 사람들도 얼마 모이지 않아 황량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한껏 기대를 품고 갔다가 너무 기가 막혀서 얼이 빠진 사람처럼 한동안 실망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주에서의 나의 지명도가 이것 밖에 안 되는가...” 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스쳤습니다. 예상보다 너무 적은 인원이 모이자 당황한 나머지 설교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광주에서 내노라 하는 노장 목사님들은 맨 앞줄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선풍기도 없는데 하필이면 집사람은 겨울 춘추복을 입혀 주어서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나중에야 겨우 준비한 선풍기 바람에 원고는 날아가 버리고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제 인생에 태어나 목사가 된 이후 이렇게 설교를 죽 써본 적이 없습니다. 소목사 생애, 최고의 수치요, 치욕적인 날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교회 차를 타고 내려온 교인들에게도 부끄럽고, 광주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마음속으로 “다시는 광주에서 어떤 초청을 해도 안 온다.” 는 마음이 들 정도로 서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사를 준비한 임원들이 행사장에 선풍기 하나 준비를 안 해 놓고, 현수막 등 전반적인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집회 홍보도 너무 신문 홍보만 의지한 채 조직적 홍보와 동원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첫 날 집회가 그처럼 허탈하게 끝나 버린 것입니다. 집회 관계자들이 원래 광주가 잘 모이지 않았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지만 첫날 집회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실망감에 잠을 못 잘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날은 정말 더 오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로 그 설교를 듣고도 광주지역 성도들이 은혜를 받고 둘째 날부터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날에 비하면 둘째 날은 설교도 거의 홈런을 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셋째 날은 구동체육관이 거의 꽉 찰 정도로 집회는 성공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나서 들어보니 다른 사람들 하는 말이 “같은 고향 사람이라 집회에 오라고 하기가 거북하기도 했다” 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집회가 성황리에 마쳐서 다행이지 첫째 날 집회가 끝나고 나서 제가 느꼈던 황당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생전에 이런 때도 있구나... 선지자가 고향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하나님 앞에 부족한 것이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첫째 날은 정말 간이 녹는 듯한 힘든 하루를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 때문에 오히려 둘째 날을 더 잘할 수 있었고, 마지막 날 큰 성황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실패도 때론 아름다운 유익을 가져다줍니다. 저에게 있어 첫째 날의 실패는 마지막 날 장식한 성대한 피날레의 예비 단계에 불과했습니다.
비록 첫째 날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지만 둘째 날 오후에 진행된 광주지역 목회자 세미나에서는 무려 370명의 목회자들이 모일 정도로 큰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집행부 말로는 목회자 세미나 중에서 역대 가장 많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 전날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어느 유명한 목사님께서 오셨다 갔는데 그 날보다 훨씬 더 많이 모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소목사가 열심만 가지고 목회를 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 큰 교회를 이룬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까 영성과 지성, 열정을 어디에 내 놔도 부족하지 않고, 지성적인 면에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정말 대단하다.” 고 칭찬을 해 주시는 것이 아닙니까?
실패도 때론 아름다울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이번 광주집회는 어떤 면에서 힘든 경험이었고,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첫째 날 실패에 좌절하여 제가 낙심하거나 포기하였다면 둘째 날, 셋째 날의 성공은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둘째 날 오후에 있었던 목회자세미나의 큰 반향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쓰라린 실패의 한 가운데서도 생명나무 신앙과 로드십 신앙으로 하나님만을 붙잡고 생명나무를 선택하였을 때 하나님은 기적을 보여주시고, 성공리에 모든 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섭리하여 주셨습니다. 여러분, 실패도 때론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 실패의 교훈이 더 큰 성공의 결실이 되어 우리 곁에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