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도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K집사님, 요즘 잘 계신가요.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주 오래전, 저
에게 상담을 받으러 온 적이 있잖아요.
“삶이 너무 힘들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그때 저는 목회 초년병 시
절이라 어떻게 상담할 줄도 몰랐고 위로
해 줄줄도 몰랐습니다. 그저 믿음으로 인
내하라고 권면한 후 기도만 해 드리고 보
내드렸죠. 어쩌면 제가 상담심리학 공부
를 하게 된 동기도 집사님 때문이었을 것
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도 어렸을
때 가끔 불면증이 있었더라구요. 아버지
가 장날에 사탕 사 가지고 오신다고 하셔
놓고 빈 손으로 오셔서 “사탕장수가 다
죽어서 그 집 아이들이 울고 있더라”고
하셨을 때 그날 저녁 그 아이들이 얼마나
불쌍하게 느껴졌는지 잠을 못 이루었지
요. 아니, 글짓기대회나 웅변대회를 앞
두고도 잠을 설쳤지요. 그런데 요즘 따라
집사님 생각이 많이 떠오릅니다. 지금의
저라면 당신의 아픔을 보듬고 눈물을 닦
아줄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
도 지난날 집사님을 대했던 모습이 어설
프고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때 저도 토요
일이면 잠 못 이루는 밤을 허다하게 보냈
는데 왜 그때 솔직하게 그런 말을 못했는
지 모르겠네요. 개척교회 시절 토요일이
되면 강단에서 설교 연습을 하고 빈 의자
에 사람 좀 앉혀달라고 기도를 하였지요.
그리고 나면 주일날 교회 온다던 사람들
이 올까 안 올까하는 가슴 조아림 때문에
잠을 많이 못 잤어요. 또 제 마음을 뒤집
어놓고 떠난 성도가 있으면 그때는 며칠
이고 잠을 못 이루었지요. 그때 제가 그
런 이야기라도 했으면 서로 삶의 아픔을
공감이라도 했을텐데요. 물론 제가 보통
때는 한 번 잠에 골아 떨어지면 깨워도
못 일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혹여 잠이
안 오더라도 재미 없는 책을 읽다보면 언
제 골아 떨어졌는지 몰랐죠. 비행기를 타
도 도착지에 착륙할 떄까지 잠에 취해 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가 집
사님 입장이 되어 버렸어요. 요즘 제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거든요. 개척교회
때부터 있었던 토요일 밤의 긴장은 더 증
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코로나
로 예배가 초토화 되면서 더 그럴 테지
요. 그리고 한국교회 공적 사역과 연합
기관을 하나로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불
면의 밤과의 전쟁이 평일까지 확대 되곤
합니다. 집사님, 그날 밤을 기억하시는
지요. 제가 양이 안 차서 집사님이 교회
를 떠난다고 할 때 집사람과 제가 집사
님 집에 심방을 갔었지요. 그리고 집사
님 부부 앞에 무릎 꿇고 눈물 흘려 기
도하다가 이런 노래를 부른 게 기억나시
나요.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나를 두
고 가지를 마오.” 그래서 그때 집사님은
차마 교회를 떠나지는 못하셨지요. 우리
교회가 분당으로 올 때 자연스럽게 가락
동에 남긴 하였지만요. 그런데 훗날 집
사님 부부가 결국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왜 그런지 내 머릿속
에 K집사님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물론 K집사님과 저 말고도 코
로나가 깊어지는 오늘 같은 밤일수록 더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지 모릅
니다.
그러나 저는 K집사님과 잠 못 이
루는 많은 분들에게 연서를 보내고 싶습
니다. 당연히 밤이 되면 자야 하지만 여
러 가지 일로 인하여서 잠들지 못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긴 예수님도 밤을 새
워 기도하셨고, 성경에 얼마나 많은 사
람들이 밤에 씨름을 하였습니까? 누군
가를 사랑하여, 무엇인가 해야 할 사명
때문에, 아니, 우리가 꼭 걸어가야 할 가
파른 길이 있어 마음 아파 잠 못 이룬다
면, 서로 초연결적 위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에, 우리
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파하는
것이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
에 고뇌의 밤을 겪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
입니다. 집사님, 밤하늘을 쳐다보세요.
하늘에도 잠 못 드는 별들이 얼마나 많
은지... 그리고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
노라면 어느새 우리 가슴 속에도 별들이
반짝이고 있음을요. 아브라함도 그 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희망도 가졌지만, 수많
은 고통스런 밤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하갈, 이스마엘, 사라와 얽히고 설킨 일
때문이었겠죠. 그러나 결국은 그 수많은
별들은 아브라함이 가슴으로 품게 되었
고 이삭을 통해서 별처럼 수많은 후손을
이루게 된 것이 아닙니까? 오늘 이 밤
도 잠 못 이루는 당신들이여, 별을 바라
보세요. 별이 되어 보세요. 우리 모두가
불면의 밤에 별이 된다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더 아름다운 은하수를 이룰 수 있
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