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 토요일 저녁 KBS TV에서 '100인의 리딩쇼, 지구를 읽다'라는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큐는 외주 제작 사인 허브넷에서 제작한 것인데요. 이번 다큐는 ‘나무’가 주제였습니다. 첫 내레이션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새소리, 송진 향, 도토리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만으로도 나무는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러고는 우리 마음을 건드리고 흔든다. 감각들을 조용히 일깨우고 밀려오는 생각의 물결 을 밀어내면서 숲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나무와 가까워진다.”(자크 타상의 나무처 럼 생각하기) 또 내레이션은 이렇게 이어 집니다. “나무와 숲은 사람들에게 고갈되 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다시 나무를 발견해야 할 때다”라고 말이죠. 자크타상은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나무 끼리 서로 공감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공 생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나무를 생각하면 갑바도기아 교부였던 닛사의 그레고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산상 보훈을 보면 마음이 청결한 자가 하나님을 볼 것이라고 했는 데(마5:8), 닛사의 그레고리는 이 청결한 마음이란 에덴동산에서 창조되었을 때의 본래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습 니다. 그 마음을 회복하면 자연과 교감하 게 될 뿐만 아니라 저절로 아름다운 시가 나오고 음악이 나오며 천재적 예술성 을 발휘하는 영감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 다. 이런 걸 생각하며 지난주에 장로회 수 련회 때 속리산 세조길을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숲을 찾은 줄 알았더니 나무 하나 하나를 찾는 걸 느꼈습니다. 산을 찾아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만나러 온 느낌이 었지요. 나무들이 제각기 가을을 맞을 뿐 만 아니라 저를 환영해주고 영접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럴 때 자크 타상 이 말한 대로 나무와 숲은 저에게도 고갈 되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다 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입니다. 세조길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 뒷산인 한성산도 마찬 가지입니다. 속리산의 나무만은 못하지만 그 산에서 제가 많은 영감의 원천을 얻 었거든요. 코로나가 시작될 때 메디컬처 치를 착안해 낸다든지, 여러 가지 하이 콘 셉트 목회 아이디어와 지하철과 우리 교회 외벽 현수막 문구들이라든지, 전부 다 그 숲 속 나무 사이를 지나며 생각해낸 것 입니다. 그러다가 원시림 같은 곳을 가면 나무와 숲에 대한 더 깊은 신비감을 갖게 됩니다. 그럴 때면 제 자신이 소년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제가 ‘나무와 소년’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나무는 소년을 기다렸습니다 / 그리움만 큼 기다란 줄을 늘어뜨린 채 / 소년이 다 시 그네를 타러 올 날을 / 손꼽아 기다렸 습니다 / 새싹이 돋아나던 봄이 가고 / 무 성한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던 여름도 가 고 / 한 잎, 한 잎 / 그리움에 지친 가을 의 추억도 가고 / 이제, 그리움마저 퇴색 한 하얀 겨울에도 / 나무는 홀로 그 자리 에 서 있습니다 / 강렬한 햇빛도 / 추적추 적 내리는 차가운 새벽 비도 / 겨울밤의 세찬 눈보라도 / 아픔만큼 나이테를 더하 지만 / 소년이 길을 잃지 않도록 / 그 자 리에 그대로 서서 소년을 기다립니다 / 나 무 그늘 아래 고요히 잠들던 소년의 하얀 얼굴과 / 풀밭을 뛰어다니던 소년의 웃음 소리와 / 나뭇가지에 올라타 먼 산을 바 라보던 / 소년의 맑은 눈빛을 기억하면서 / 나무는 홀로 소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소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 다 / 긴 그림자 석양녘에 드리우고 / 자기 에게 돌아올 그 때까지.”
수 년 전에 ‘깊은 산속 옹달샘’을 방문하였을 때 고도원 장 로님이 나무 묵상을 가르쳐준 적이 있습 니다. 저는 그때부터 나무에 대한 재발견 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보다도 먼 저 자크 타상이라는 분이 ‘나무를 재발견 해야 한다’는 이야길 했다는 걸 알고 새삼 스럽게 나무를 재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는 나무를 보고 나를 보게 된 것입 니다. 나무가 마치 나의 거울처럼 느껴졌 기 때문이지요. 더 나아가 닛사의 그레고 리의 가르침처럼 청결한 마음으로 나무 와 대화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10편의 나무 연작시를 쓰기도 했지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현대인은 나무를 재발 견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나무와 함께 살아가고 나무가 우거진 숲이 끝없는 영 감의 원천이라는 걸 다시 깨달아야 합니 다. ‘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숲의 생 태계를 잘 지키고 그 속에서 생의 고귀함 과 풍성한 영감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리 바빠도 매주 토요일은 산행 을 합니다. 언제 골프를 시작할지 모르지 만, 골프를 한다 하더라도 산행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나무가 소년을 기다리고 소년이 나무를 기다리듯, 그런 소년의 마 음으로 산행을 할 것입니다. 골프는 운동 의 재미와 기쁨을 주겠지만 결코 저를 소 년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 러나 숲과 나무는 저에게 끝없이 새로운 영감을 줄 것입니다. 물론 그 영감의 원천 은 성령 안에서 나온 것이지만요. 아무튼 우리는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를 재발견 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