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회가 소속해 있던 개혁측 총회는 합동측의 90차 총회를 통하여 서로 합동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그리고 합동에 따른 후속조치로 각 노회를 정비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일들을 활발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성전입당과 여러 집회, 바쁜 목회 일정 가운데서도 교단을 사랑하고 동료 목회자와 선후배들을 위한 헌신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뛰었습니다. 미력하나마 힘을 다하여 뛴 결과 저희 교단이 분열되지 않고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아름다운 합동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태어난 노회가 바로 260여개의 교회와 50개의 당회로 구성된 ‘경기남노회’입니다.
그런데 경기남노회의 목사님들이 새롭게 구성된 노회를 잘 이끌고 갈려면 아무래도 힘이 있는 교회의 목사님이 노회장을 맡는 것이 좋다고 하여 저를 노회장으로 추천하였습니다.
저는 목회일정과 외부 집회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라며 고사하였지만 간곡한 요청과 권유에 겸손하게 순종하는 마음으로 노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경기남노회는 경서노회, 경일노회, 동서울노회, 인천서노회, 한남노회 이상 5개의 노회가 모여 새롭게 구성된 노회이기에 ‘노회 정책 수련회’ 를 불가피하게 개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대노회장이기도 하고 새롭게 노회를 함께 하게 되는 목사님들과의 교제도 있어야 했기에 저도 짬을 내어 설악산 오색 그린야드 호텔에서 열린 수련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아침에 ‘천사의 소리’ 유럽순회공연을 떠나기 전에 출발기도를 해 주어야 했기에 뒤늦은 시간에 겨우 출발하여 산행에 함께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산행을 하면서 보니까 중간 중간에 도중하차하는 목사님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요즘 계속 운동을 하지 못하여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이 턱밑까지 차서 헉헉거렸지만 꾸준히 선두를 지켰습니다.
워낙 산을 좋아하고 자주 하지는 못해도 산행을 틈틈이 해온 것이 힘이 되어 선두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숨이 차오를 때는 마라톤 선수, 황영조나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를 생각했습니다.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초원이 몸은?” “끝내줘~”
계속 선두를 지키며 걸어가는데 저와 비슷하게 올라오는 목사님은 저보다 훨씬 배도 나오지 않고 몸도 가벼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직 ‘깡’으로 선두를 지키며 올라갔습니다.
어느 정도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보니까 도중에 쳐져서 포기하는 목사님들은 대부분 배가 남산만큼이나 나와서 꼭 임신 7,8개월이나 된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그 중에는 보기에는 하체가 튼튼하게 좋아 보여도 헉헉거리다가 탈락해 버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분들을 보면서 과거의 육상스타 임춘애 선수를 떠올렸습니다.
86년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3관왕인 임춘애 선수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라면을 먹고 뛰었다’고 말해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 후 임춘애는 헝그리정신의 한 상징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던 그녀도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원조가 뒤따르자 어찌된 일인지 몸도 불고 강인한 정신력도 소실되어 88올림픽 당시에는 본선에도 못 오르고 예선 탈락하게 되고 훗날 부상을 이유로 쓸쓸하게 트랙을 떠나게 됩니다.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러나 그녀가 전 국민에게 보여주었던 눈물겨운 투지와 정신력은 그 감동을 잃어버린 채 어느새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 개인의 인생이든, 민족의 역사이든 그 마지막, 피날레가 아름다워야 합니다.
새에덴교회도 여기저기 주목을 받고 언론에서도 대서특필을 하며 한국교회를 이끌어갈 차세대 교회로 손꼽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새에덴교회는 참 축복받은 교회입니다.
제 개인의 인생을 보아도 맨손으로 집에서 나온 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지막입니다. 피날레가 장엄하고 아름답게 끝났을 때 관객은 전율하게 됩니다.
마지막까지 하나님이 주신 찬란한 약속과 축복을 잃지 않고 달려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처음에 아무리 잘 달려도 도중에 지쳐서 산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새에덴의 성도 여러분, 우리는 마지막까지 잘 달려가는 사람들이 됩시다. 피날레가 아름다운 인생이 됩시다.
경건관리를 잘 하여 도중에 영적으로 타락하여 도중하차 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도 없기를 바랍니다.
저는 만추의 낙엽, 길가의 떨어진 낙엽들을 밟으며 하산하는 길에 기도드립니다.
“주여, 목회의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목회자가 되게 하소서.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잘 달려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