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1일 밤, 남도의 들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밤,
어머니는 제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도 수많은 사경을 헤매시더니, 이제는 정녕 지상의 생을 마감하고 하늘나라, 영원한 본향이 있는 곳 천국으로 떠나가셨습니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시면서도 다시 살아나셔서 저의 손목을 붙잡고 “막내야, 미안하다. 내가 다시 살아브렀다.” 눈물 지으시던 어머니... 이제는 다시 그 야윈 음성조차 들을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리셨습니다.
어린 시절 술에 취한 아버지께서 몽둥이로 뒷마당의 장독 항아리들을 두드려 깰 때면 “아따 잘 한다, 잘해, 다 깨 버려라, 다 깨 버려!” 삿대질을 하시며 맞고함을 치실 정도로 도도하고 굽힐 줄 모르던 자존심을 가지셨던 어머니, 우리 막내아들 절대로 이등은 안 된다며 일등만을 고집스럽게 요구하시던 어머니... 그 욕심 많은 사랑을 지상에 남겨 둔 채 함박눈 펑펑 쏟아지던 밤 끝내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어린 시절 마을의 상여가 나갈 때 마다 막내아들이 공포를 들어 용돈으로 100원을 받고 공포에 달린 삼베조가리를 떼어다가 드리면 “우리 막내가 살림꾼이구나...” 정월 대보름처럼 환한 얼굴로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 이 밤, 가슴이 미어지는데 끝내 흰 꽃잎 같은 눈송이들 하얀 수건처럼 머리에 얹고 영원한 본향으로 가셨습니다. 막내아들이 예수 믿는다고 그 모진 회초리로 매질을 하시며 예수 믿으려면 차라리 집을 나가버리라고 온갖 핍박을 하시더니 이제는 그렇게 대적하던 예수님 믿고 하늘의 꽃가마 타고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작년 8월에 ‘불효자는 웁니다.’ 라는 칼럼을 쓴 기억이 납니다. 그 때도 어머니께서 병원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계셨는데 당장 어머니께 달려가지 못하고 미국 집회를 인도하러 가느라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저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칼럼이었습니다.
그 칼럼에서 고백을 하였듯이 저는 지금도 예수 믿는다고 회초리로 저를 때리시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매를 맞다가 홀로 울며 집을 나오던 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집을 나오던 저를 향해 “썩을 놈아, 이렇게 키워 놓으니까 부모는 안중에도 없냐? 이놈아, 그렇게 하나님이 좋고 예수가 좋으냐? 부모 말을 안 듣는 놈은 자식도 아니니 어서 나가버려 이놈아!” 얼마나 속이 상하고 마음이 찢어졌으면 이런 말을 하셨겠습니까?
저는 원래 어릴 적부터 효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가난하게 사시던 부모님을 호강시켜 들리고 싶다는 아주 소박한 효자의 꿈 말입니다. 제가 비록 막내아들이지만 형제 중에서 제일 크게 성공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이 드시고 싶어 하는 것은 다 사다 드리고, 좋은 옷도 입혀 드리고, 세계일주도 시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순수한 효자의 꿈을 꾸던 제가 어느 날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마침내 불효자의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주의 종으로 불러 주셨는데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부모님께서는 사생결단을 하고 그 길을 막으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을 하다 보니 결국 부모님께는 불효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저 때문에 부모님이 예수 믿고 천국 가시게 되었으니 저는 영적으로 말하자면 효자 중의 효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온 가족 형제들도 함께 예수님을 믿고 교회의 중직들이 되었으니, 저는 그 분들에게 복의 근원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동안 육신적으로 볼 때는 못 된 불효자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집에서 쫓겨난 저를 하나님은 놀랍게 축복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적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하여도 어찌 어머니 마지막 떠나가시는 길,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드리지 못한 아들의 심정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근래에 위태로운 사경 속을 헤매실 때에 행여나 막내아들 손이라도 한 번 잡아 볼 까 기다리셨을 텐데...
저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무너집니다. 그러나 저는 2006년 신년축복성회 말씀 준비와 이미 약속된 심방, 그리고 성남기독실업인회 집회 등 연말 바쁜 목회일정으로 인하여 내려가지도 못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목요일에는 내려가 찾아뵈려고 했는데 그 하루를 못 참으시고 끝내 떠나가셨습니다. 신년축복성회 말씀 준비를 위해 성경을 가슴에 품고 밤잠을 설치면서도 끝내 어머니께 달려가지 못했던 이 사명자의 불타는 가슴을 하나님은 이해하여 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2006년 신년축복성회는 더 많은 성도가 참석하게 될 것이고 더 큰 은혜가 쏟아지게 되겠지요. 저는 앞으로도 이 한 몸 으스러질 때까지 일사각오의 신념으로 사명자의 길을 갈 것입니다. 천국에서도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한 점 흐트러짐 없는 목양일념의 한 길 잘 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세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주님의 따뜻한 품에서 고이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