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思母曲)
소강석목사(새에덴교회 담임목사)
드디어 가시네요
마침내 그 먼 길 떠나가시네요
그렇게 사경의 문턱을 지나시다가도
“막내야, 내가 다시 살아브렀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다시 이생의 문지방을 넘어
제 손 잡아주시더니
이제 그 야윈 몸마저,
그 떨리는 작은 목소리마저
들을 수 없는
다시 손잡을 수 없는
그 먼 곳으로
어머니...
제 품을 떠나 터벅터벅 걸어가시네요
술에 취한 아버지
뒷마당 장독항아리들 몽둥이로 두드려 깰 때
“아따 잘 한다, 잘해, 다 깨 버려라, 다 깨 버려!”
삿대질을 하시며 맞고함을 치시던
그 도도하고 굽힐 줄 모르던 자존심은 어디에 두고
우리 막내, 절대로 이등은 안 된다며
일등만을 고집스럽게 요구하시던
그 욕심 많은 사랑은 어디에 두고
자식들만 남겨 둔 채
어디에 가서 소리를 치시려고
함박눈 펑펑 쏟아지는 이 차가운 밤
따뜻한 체온마저 떠난 육신만을 남겨둔 채
훨훨 떠나가시나요
어린 시절 마을의 상여가 나갈 때 마다
막내아들이 공포를 들어 용돈으로 100원을 받고
공포에 달린 삼베조가리를 떼어다가 드리면
“우리 막내가 살림꾼이구나...”
정월 대보름달 환한 얼굴로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
이 밤 가슴이 미어지는데
봄밤에 지는 목련꽃잎처럼
그리움은 사무치는데
드디어 꽃가마 타고 아버님의 품으로,
흰 꽃잎 같은 눈송이들 하얀 수건처럼 머리에 얹고
영원한 본향, 천국으로 가셨나이까
막내아들이 예수 믿는다고
그 모진 회초리로 매질을 하시며
예수 믿으려면 차라리 집을 나가버리라고
온갖 핍박을 하시더니
이제는 그렇게 대적하던 예수님 믿고
하늘의 꽃가마 타고 천국 가시니
정말 눈물겨운 은혜네요
근래에 위태로운 사경 속을 헤매실 때에
행여나 막내아들 손이라도
한 번 잡아 볼 까 기다리셨을 텐데
나타나지 않는 무정한 막내아들
얼마나 원망하시며
노여워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신년축복성회 말씀을 준비 하느라
성경을 가슴에 품고 밤잠을 설치면서도
어머니 마지막 떠나시는 길,
차가운 손 한 번 잡아 드리지 못한
이 불효자를 용서 하소서
아무리 바빠도 목요일 날 만큼은 꼭 찾아뵈려고 했는데
그 하루를 못 참고 떠나버리셨네요
그러나 어머니, 천국 가시면 아시겠지요
일사각오, 목양일념으로
충성하고 사명을 다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밤을 지새우던 막내아들의 진심을
하나님은 아시겠지요
하나님께 받은 사명에 충성하는 것,
그것이 어머니의 더 큰 천국 상급으로 쌓여지고
주님 앞에 더 큰 칭찬을 듣는 일이라는 것을
어머니도 아시겠지요
그래도 어머니는 행복하시네요
막내아들 믿는 예수,
아버지도 믿고, 온 자녀들도 믿고
이렇게 모두 다 구원백성 되었으니
이제 지상의 모진 한과 미련들은 훌훌 다 던져버리고
천국에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세요
예수님 손잡고 마음껏 행복의 노래를 부르세요
며칠 전부터
어머니의 영혼을 아름답게 받아주시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리다가
오늘 아침 수요예배 때는
정성껏 기도하며 예물도 드렸는데
그 향기로운 기도와 예물을 받으시더니
하나님께서 따뜻한 은혜의 품으로
어머니를 고이 안아 주셨네요
이제는 어머니,
시집오실 때 꽃가마 타고 오셨을 때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꽃가마 타고
영원한 본향, 천국 가시니
예수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소서
이 한 몸 으스러질 때 까지
일사각오의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며 사명자의 길을 걸어갈 터이니
어머니, 부디 순례자의 고단한 길
아름다운 꽃향기가 되어 주소서
사명자의 불타는 가슴위로
총총히 빛나는 축복의 별빛이 되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