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속에서 깨달은 두 가지 사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유교적 전통이 강한 집안에서 자랐기에 원래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가을말씀사경회에 초청강사로 모신 장영춘목사님은 제가 뉴욕 집회를 갔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람을 동원해 주고, 목사님이 섬기시고 있는 뉴욕퀸즈장로교회 집회를 갔을 때는 강사사례비로 만불을 줄 정도로 저를 아주 특별하게 아껴주시는 분입니다. 물론 그 사례비는 교회에 돌아와서 건축 헌금으로 드렸지만 말입니다. 내일 모레면 은퇴를 하실 어르신이 그렇게 정성스럽게 잘해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겠습니까? 뉴욕에서 각 교파를 초월하여 가장 존경을 받는 목회자들의 대부요, 큰 어르신이십니다. 그런 목사님이 오래전부터 우리 교회에 한 번 오고 싶어 하셔서 분당시대 이후에 최초로 외부강사를 모시고 말씀사경회 집회를 연 것입니다.
장영춘목사님은 미국의 한경직으로 불릴 정도로 대설교가요 설교집도 여러 권 저술하신 아주 훌륭한 목사님이십니다. 그런데 그렇게 훌륭한 목사님을 모셔서 주일 날 첫 설교를 하셨는데 아무래도 담임목사인 저와 연령차이가 있으시고 문화적인 코드가 차이 나니까 성도들 반응이 생각보다는 뜨겁지 않은 것입니다. 교구 전도사님들도 집회를 앞두고 걱정스런 반응을 보이니 제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교구전도사님들과 성도들을 설득하며 최선을 다해 집회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주일 날 저녁에 웃찾사 공연이 있어서 말씀사경회의 맥이 끊어져 버리고 또 월요일 첫날은 갑자기 왜 그렇게 날씨가 추워지고 비까지 오는지 모두지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 것입니다. 우려했던 대로 첫날 저녁집회는 특별새벽기도의 절반 정도 밖에 모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장목사님 앞에 몸 둘 바를 몰라 당황하였고 급기야는 하도 신경을 많이 써서 몸살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목요일에 있었던 한기총대표회장 박종순목사님의 출판기념회에 가서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코피가 터져버릴 정도로 심신이 피곤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는 존경하는 어르신을 모셔놓고 얼마나 잘하려고 신경을 썼는지 코피가 터질 정도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집회 마지막 날인 수요일 저녁에는 경주에서 집회가 있어서 그 곳에 가야 했습니다. 저는 경주로 달려가는 차 안에서 이번 집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몸살 때문에 몸은 춥고 떨렸지만 그 속에서 말할 수 없는 뜨거운 감동과 두 가지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첫째는 비록 집회는 생각보다 성황리에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제가 몸이 아플 정도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주고 특별하게 사랑해 주신 어르신에 대한 공경과 예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제 스스로 몸부림을 친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도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시리라는 감동이었습니다. 둘째는 성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새에덴교회는 유난히 정체성이 강한 교회입니다. 철저하게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중직자들과 성도들이 하나 되어 움직입니다. 이번 집회에서도 담임목사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교회의 덕을 세우며 집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참석해 주신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집회가 끝난 후 장목사님을 모시고 공항으로 가서 일등석으로 모시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때 이용하는 귀빈실로 나갈 수 있도록 조치를 다 해 놓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모시고 싶었던 제 마음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집회에 오셔서 많은 분들을 소개시켜 주시고 훌륭한 분들과의 만남도 주선해 주셔서 제 개인적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어르신의 말씀이 젊은 사람들처럼 과장되고 요란한 박력은 없어도 오히려 가슴에 새기고 들으면 들을수록 진국이 우러나오고 영혼을 채우는 말씀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대 신학이나 문화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근본주의적 신앙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가을 말씀사경회를 통하여 받은 생명의 말씀, 은혜의 말씀을 붙잡고 신앙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고 교회를 섬기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원합니다. 가을이 짧아지고 날씨가 더욱 싸늘해집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가을이 깊어갈수록 우리들의 영혼이 하나님을 향한 충성과 사랑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11월의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