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내 눈에 아른거리는 네 모습은
아직도 E.T처럼 쭈글쭈글하게 태어났던/갓난아이인데
개척교회 목사로 태어난 서글픈 가난 때문에
뱃속에서부터 굶주려
온 몸이 쭈글쭈글하였던 너를 보고
불쌍한 마음에 화장실로 달려가
엉엉 울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너는 아빠 곁을 떠나고 있구나
날개를 달고 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품으로 안아 줄 수 없는 먼 타향으로
너는 많이 컸따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다 큰 딸도 다닌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너를
보내는 아빠의 마음은
아직도 갓난아기처럼만 느껴져 애달픈데
딸아, 너는 잘 할 수 있겠니 넘어지지 않고
홀로 잘 설 수 있겠니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낯선 이국땅에서 외롭고 쓸쓸하여
혹시 아무 친구나 사귀어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홀로 마음을 쓸어내리지만
물론 너 홀로 잘 걸어가리라고 믿는다만
아빠의 마음은 어쩐지 걸음마 하다 넘어지고
아장아장 아빠에게 걸어오다 넘어지던
네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딸아 너는 좋으냐
비행기 타고 캐나다로 유학 가는 이날이
너를 홀로 이국만리로 보내는
아빠의 마음은 억장처럼 무너지는데
미국 비자를 못 내 주어서
캐나다 외딴 시골로 보내야 하는
아빠는 미안한 마음에 울고 있는데
너는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마냥 좋으냐
너의 오빠를 보낼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왠지 마음이 든든하고 믿음이 갔었는데
딸은 엄마가 있으니까 모든 걸 맡길 수 있어
있어도 없는 듯 아무런 걱정 없이 키웠는데
아빠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꼭 다 큰 딸 시집보내는 것만 같아
너무도 허전한 마음에 슬픔이 밀려오는구나
딸아/ 내가 없는 빈자리 이제 누가 채울 수 있을까?
아빠의 가슴에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너와 함께 따뜻한 밥 한 공기 먹지 못하고
외식 한 번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아빠의 마음은 더 애달프고 미안하구나
너 공항 가는 날/ 그날도 바쁘다고 공항에 가지 못하고
네 엄마만 보내는 아빠의 마음을 너는 아느냐
너를 보내놓고 너의 빈 방에 가서
쓸쓸한 눈물을 흘리며
"딸아 미안하다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너의 빈 방에서 홀로 남아/마침내 사랑을 고백하는
아빠의 가슴 저린 심정을 너는 아느냐
네가 떠나고 나서야
금쪽같은 너의 존재가 귀하게 느껴지고
네가 없는 빈방에 앉아보고서야
너를 향한 사랑이 바다처럼 커지고
너를 보고 싶은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는구나
마치 딸을 멀리 시집보내는 옛 아버지의 마음처럼
그러나 딸아/너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 딸은 아빠를 닮아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 사랑하는 딸
하나님이 사랑하시니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지혜가 부족할 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서
힘들고 고독할 때마다 함께 하시는 성령님께서
우리 딸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거야
그래, 딸아 좋아하거라
너 웃고 가는 모습이 처음에는 속없이 보였지만
아빠는 울고 있어도 너는 기뻐해야지
너는 더 행복하고 좋아해야지
그래도 너를 유학 보낼 수 있는 아빠가 있고
이런 아빠를 허락하신 하나님이 있기에
너는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장한 딸, 착한 딸아 기뻐하고 좋아하거라
아빠의 눈물과 허전한 아픔이 있기에
너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으며
유학을 갈 수 있고
눈물로 씨앗을 뿌린 아빠의 희생과
일사각오의 목회가 있었기에
오늘 네가 유학을 갈 수 있지 않겠느냐
사랑한다 내 딸아
더 큰 꿈으로 높은 이상으로 활짝 핀
너의 모습을 그리며
아빠는 하나님께 더 충성하고 헌신하련다
더 눈물로 씨를 뿌리며 오늘도 달려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