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수 믿는 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이후에 맨 먼저 들어간 곳이 광신대입니다. 그 곳에서 저는 소명의식을 더 빛나게 갈고닦고 목회자로서의 소질을 배웠습니다. 그 때는 비록 인가도 나지 않은 신학교였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눈물로 단련시켰던 곳이었기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곳입니다. 지금은 어엿한 종합대학으로 인가가 나서 비록 일류대는 아니지만 건물이나 교육시스템 등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신학교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었지만 불타는 소명감 하나로 서울에 올라와서 개척한 이후 이제는 한국교회에 몇 안되는 초대형 교회로 부흥 성장을 하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후원이사장을 맡아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내는 등 학교 발전을 위해서 노력을 하였습니다. 또한 직접 후학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격주에 한 번씩, 아니면 한 달에 몰아서 강의를 하면서 지역의 후배들에게 한국교회의 최신 목회트랜드와 방향성을 가르쳐주고자 노력을 하였습니다.
워낙에 저의 사역이 커지고 갈수록 바쁘다보니까 본의 아니게 수업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하루, 이틀 결강을 하다보면 학생들에게 변목이 없고 스스로 느끼는 죄책감과 모멸감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비장한 각오를 하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라는 직함이 얼마나 명예로운 이름인데 그것을 포기하고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감하게 결단하고 광신대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강의를 안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마음이 가볍고 홀가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강의준비를 거의 못하고 갈 때도 많았지만 학생들은 “목사님께서 강의를 제일 잘하신다”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총장님께 사직서를 제출했더니 제 손을 붙잡으시면서 “소목사님, 사직서를 내시는 것은 학교를 버리신다는 말이 아닙니까? 내가 소목사님께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이 있습니까?” 라며 송구스러울 정도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목회일정과 여러 집회 일정 때문에 바빠서 강의를 못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어서 그런 것” 이라며 정중하게 양해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총장님께서 “그러면 일 년에 단 몇 번이라도 내려와서 특강을 하는 것으로 합시다. 겸임교수로서 그렇게라도 후학을 위해 강의해 주시고 후배들에게 희망과 소망이 되어 주어야 되지 않겠느냐” 고 손을 붙잡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곁에 여러 교수들도 있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끈으로 매이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뿌리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오는데 순간 눈시울이 찡한 것입니다. 총장님께서는 절대로 사직서를 받지도 않고 처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도 말입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오는 것이 꼭매정하게 모교를 버리고 온 것처럼 모언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면서 눈시울에 눈물이 핑 도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시원섭섭하기도 하면서 허망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직장인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지금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와 같습니까? 직장을 다니다가 사업의 비전 때문에 그만 두던지, 아니면 밀려나듯 명퇴, 황퇴를 당하던지 그 사람의 입장은 허허벌판에 홀로 버려진 것처럼 고독하고 쓸쓸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직서를 내보았기 때문에 그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둔 부교역자들의 마음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사유로 그만두었든지 좀 더 따듯하게 대해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오정, 오륙도의 아내들은 더 따뜻한 마음으로 남편을 맞아 주어야 합니다. 일평생 가정을 위해 일하다가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면 더 위로하고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저도 앞으로 부교역자들을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기도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광신대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홀가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섭섭하였다는 것은 그 만큼 모교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고 정들었다는 마음의 증거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혹시 지금까지 우리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은혜을 받았으면서도 갖가지 이유 때문에 떠나야 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아마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 마음 아팠을 것이고, 상처가 있었을 것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돌아온다면 정말 더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고 맞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 차창 밖으로 는 가로수들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시 멀리 사라져갑니다. 저는 성도들과의 만남이 한 순간의 스침과 헤어짐이 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