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풀잎의 미소로 웃어주는 밤”
추석 시즌이 되면 저에게 두 가지 생각이 들어옵니다. 어린 시절 떫은 감을 우려먹고 떡과 송편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소년 시절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보름달을 바라보며 이런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그런데 목사가 되고 나서는 추석 시즌이 돌아오면 근심에 빠집니다. 대부분 추석날을 중심으로 해서 대체 휴일이 생기거든요. 그러면 아무리 대형교회라 하더라도 최하 3분의 1 이상 빠져나갑니다. 고향을 가기 때문이 기도 하지만 요즘은 해외로 여행을 많이 가거든요. 물론 우리 교인들은 너무너무 성숙해서 주일 낮 예배는 드리고 고향을 가든 해외여행을 가든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지난 주일에도 큰 타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추석날이 주일이 었는데 진짜 그때는 코로나 시대를 방불케 하더라고요. 그래도 올해는 추석이 월요일이어서 꽤 많은 분들이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추석이 와도 놀 일이 없으니까 기도원에 가서 기도를 하고 산행을 하고 그러다가 서재에 와서 책을 보는 일이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날은 얼마 설레고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그 날은 저희 외손주들과 함께 에버랜드를 다녀왔거든요. 특별히 지프차로 사파리를 돌고 왔습니다. 제가 그런 곳을 안 가봐서 설레고 즐거웠겠습니까? 저는 케냐 국립공원, 탄자니아의 응고롱고(Ngorongoro) 국립공원까지 다 가 봤습니다. 거기 가서 얼룩말, 사자, 코뿔 소, 기린, 표범 다 보았습니다. 지난번에 케냐 국립공원에서 는 사자들이 다리 밑에 있더라고요. 문을 열고 제가 사자 쪽으로 향했어요. 그랬더니 선교사님이 통 사정을 하는 것입니 다. “목사님, 큰일 납니다. 목사님이 사자에게 공격을 당하는 것은 두 번째고 소 목사님의 모습이 사진에 찍히면 저는 절대로 사파리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목사님, 제발 들어와 주십시오.” 그래서 제가 차로 들어간 적이 있는데요. 그 선교사님이 하도 사정을 해서 돌을 딱 하나 던졌어요. 그랬더니 숫사자 앞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숫사자가 저한테 달려오지도 못하고 피하는 거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사파리를 외손주들과 함께 다녀왔더니 애들이 너무 좋아하였습니다. 애들이 너 무 좋아하는 것을 보니까 저도 좋았습니다. 사파리 투어를 하면 지프차 바깥 철조망에 고기를 걸어놓거든요. 그러면 사자나 호랑이가 와서 고기를 물고 갑니다. 그때가 가장 스릴이 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몇 근 가지고 가서 주었습니다. 저도 손주들과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갖다 보니 순진무구한 어린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어린아이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더 많은 시간을 내서 산행도 많이 하고 골프 연습장에 가서 연습을 하며 골프도 시작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골프를 터부시한 적은 없지만, 너무 목회에 전념하다 보니까 골프장에 한 번도 못 갔습니다. 그러 나 저는 또 걱정입니다. 골프를 치다 보면 너무 골프에 빠질 까 봐서요. 너무 승부욕에 집착해서 교회에 있는 시간보다 골프장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저의 몸이 건강하고 회복되는 것이죠. 물론 저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생에 대한 미련, 아쉬움 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하나님께 얼마나 쓰임을 받았는데요. 정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해 볼 거 다 해봤습니다. 다만 아 직 저의 사명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아서 저의 몸을 돌볼 뿐입 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제 몸이 건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아이처럼 순수시대를 꿈꾸는 것입니다. 에버 랜드에 가는 걸 외손주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것처럼, 저도 그 어린아이들처럼 순수시대를 꿈꾸며 제 마음속에서 언제나 동녘 하늘이 사라지지 않고 깊은 밤이 다가올수록 제 마음에는 반짝이는 별빛이 있어야 하겠다는 마음이죠. 이렇게 복음을 위하여, 사명을 위하여 아침에는 동녘 하늘을 품고 어두운 밤 에는 반짝이는 별빛을 비추며 살기를 원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는 어린이와 같다고 했지 않습니까?(눅18:16) 항 상 저도 어린아이가 되어서 추석을 맞는 것처럼, 에버랜드에 가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고 복음을 위해 살아가겠 습니다. 오늘 밤은 별들이 바람에 스치우며 풀잎의 미소로 나를 향해 웃어 줄 것만 같습니다.